* 2016년 3월 26일(토) 오후 7시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 CAST

공연을 보러 나오기 전에
산책삼아 백사실계곡(?)이란 곳을 방문했더랬다
거긴... 볼게 별로... 없었다... ㅠ.ㅜ
아직... 여긴... 봄이 오는 중이구나....
백사실계곡을 향해 가는 버스안에서
창밖을 보다 우연히 발견(?)한 윤동주문학관

돌아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버스에서 내려 이곳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ㅠ.ㅜ
자그마한 공간에 마련된 전시실에 시집들이 놓여있었고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인 전시실에선
12분가량의 짧은 동영상을 소개했다
어둠 속에서 윤동주 시인을 마주한 시간...
콘크리트벽이... 왠지...
시인의 수감생활을 연상케 해서..
마음이 쓰이고... 답답해져왔다... ㅠ.ㅜ
고작 12분인데...
이 어둠이 무섭고...
내다볼 수 없는 미래가 고통스러웠다...
문학관 내 전시실에서 오늘 처음 알게된 시
팔복...
읽자마자 내 맘에 자리잡은...

(전시실 내 사진촬영 금지임.. 이건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전집'에 수록된 사진이다)
저 지워버린 글을 읽기 위해
한참을 서서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그 뜻을 알았을 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가 어떤 시인인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저 마지막 구절은...
꾸역꾸역 삼키려 해도 넘어가지질 않았다...
위로함을 받겠다 했으나...
문득... 그마저도 마음이 거부한걸까...
그저 슬픈걸로도... 오래 슬픈걸로도 모자라...
영원히 슬플것이란다... 이 시인...

(공연 직후 찍은 사진... 그냥... 왠지 저 모습이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았다...)
검은 연기같은... 어두운 구름이...
무대 위 저 달을 집어삼키며 공연이 시작된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영상부터
내 마음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ㅠ.ㅜ
그런데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시...
팔복...

객석에 멋모르고 앉아있던 난
한낮의 시간과 저녁의 시간이 뒤엉켜
그냥 어찌할 새도 없이 그대로 무대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정신줄 놓다... 라는 건 이럴때 쓰는 표현인가 보다...
무대 위 저 청년들은
진짜 오랜 친구인 듯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그래서 더 아릿한 슬픔이 밀려왔고...
그래서 난 더 서러웠다...
동주야~라고 부르기만 했는데
왜 나 슬픈거니... ㅠ.ㅜ
결말을 알기에
친구를 부르는 다정한 소리마저 서럽구나...
아무것도 안했는데
꿈조차 꾸지 못했는데
서글프다 안타깝다
그냥... 흐르는게 눈물이고
터져나오는 모든 소리가 통곡이다
저 청년들...
그들이 살아온 시대는 왜 그리 아픈걸까...
아니... 그 시대를 어찌 저리도 아프게 살아냈을까...
통곡... 설움... 한...
행복한 감정마저 죄책감이 되고
입에 올리는 것 마저 부끄러움이 되는...
2막은 영영 올라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ㅠ.ㅜ
그렇게 난 뜬금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무 아파서...
그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인 줄 알았다
그래도 아직은 꿈꿀 수 있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그런 미래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가 남은
그들에게 그런 1막만 남기고 싶어서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후기를 적으며 깨달았다...
난 너무도 비겁한 사람이라서...
저들의 아픔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였다는 것을...
외면하고 싶었던 거겠지...
점점 세상의 부조리엔 너무 쉽게 순응하고
어둠은 쥐도새도 모르게 외면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 아파하는 청춘들마저 밀어내고 있다.
이 공연을 영상으로만 접했을 땐
윤동주시인을 독립투사로 묘사한게 아닐까 싶었는데
역시 공연은 직접 보지않고는 모르는 거다
교과서에서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참 아픈 시인이다
유독 아픈 시인...
그 시대를 내가 살아낸 것도 아닌데
난 왜이리 서럽게 우는건지 모르겠다
뭐가 그렇게 서글프고 아픈건지 ㅠ.ㅜ
그 고통 백만분의 일도 모르면서...
어지럽다...
윤동주 시인을 노래한 박영수 배우는
"ㅅ" 발음이 유독 거슬렸다
굳이 이 배우가 이 공연을 하는 이유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데 극이 진행될 수록
왜 그가 윤동주인지 알 것 같다
그에게서 본 것이다...
수줍고 내성적인...
토해내지 못해 스스로 불타버린 가슴을 지닌...
청년 윤동주를...
드러남이 강하지 않다 하여
그 마음에 담긴 열기마저
위축되고 사그라드는 건 아니었으니...
박영수 배우가 쏟아내는 모든 것에
난 처절해했고... 온몸이 저리도록 숨막혀 했다...
그리고... 조풍래 배우는
앞으로도 아마 꾸준히 찾아보게 될 것 같다
그가 그려낸 강처중이
내게 아주 큰 인상을 남겼나보다
윤동주와는 다른...
강처중만의 이미지를...
그렇게 하나의 인물을 온전히 내 안에 남겼다...
아마도 그 시절의 강처중은
정말 그런 모습일 것만 같아...
(박영수 배우과 조풍래 배우는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도 보았다는데
내겐 어떤 이미지도 남아있질 않다... ㅠ.ㅜ
그러고 보니 오늘 김건혜 배우가 안보였다? 못본건가???)
커튼콜에 박영수 배우가 등장하는데
울컥 또 참으려던 눈물을 흘려버렸다
정신차리라고! 공연 끝났다고!! ㅠ.ㅜ
내 머리는
무대 위 그저 배우 박영수라고 말하는데
내 마음은
아직도 윤동주 시인을
그 시대의 그들을 못 놓았나보다
그 삶에 여전히 눈물이 난다
우리네 삶이라 표현할 수 조차 없는...
안타까움... 죄송함... 부끄러움...
낮 공연에 보고 온 '한국인의 초상' 때문인가
더 서러워졌다
더 씁쓸해지고 더 안타까워졌다
그리고 난 더 내 자신이 한심해졌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에게 파렴치한이라 한다더라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렇기에 이토록 윤동주 시인에게 매달리나 보다
그에게 얼마나 커다란 짐을 지우는지도 모른 체로...
괴로웠던 사나이,
幸福한 예수.그리스도에게
처럼
十字架가 許諾된다면
목아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여나는 피를
어두어가는 하늘밑에
조용이 흘리겠습니다.
- 윤동주 십자가 중에서(1941.5.31) -
두서없이 마무리하려던 글에
갑자기 저 시가 떠올랐다
글쎄...
오늘 공연장을 나오며 들었던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