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6월 27일(토) 오후3시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 랄프 박호산 / 낸시 우현주 / 아그네샤 정수영

 

 

 

테이블 하나

의자 셋

무대를 구분짓는 건 주렁주렁 매달린 소품들 뿐...

숨을 수도 사라질 수도 없는

무대 위에 오롯이 남아 있는 등장인물 셋....

랄프.. 낸시.. 아그네샤...

 

그리고 대화 속에 등장하는 로나와 그의 언니 잉그리뜨...

 

독특하다...

한 공간에 있지만 다른 공간을 이야기하고...

그렇지만 하나로 묶여 상대를 직시하는...

 

 

세 배우 모두

공연이 끝나면 탈진하지 않을까 싶다

그대로 자신들을 노출시킨 체

이런 감정들을 쏟아내다니...

 

랄프...

박호산 배우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날 쳐다보는 것도 아닌데

왜 난 눈을 피하는거지??? ㅡㅡ;;;;

그가 정말 랄프인 것도 아닌데...

아니구나... 그는 정말.... 랄프... 그 자체였다...

 

 

이런 미소를 가지고 계시면서... ㅠ.ㅜ

연세(?)를 알고 깜짝 놀랐다... @.@

공연 내내 나보다 어린 줄 알았다는 ㅡㅡ;;;;;

 

아그네샤가 말했다...

악에 기인한 범죄와 병에 기인한 증상은 다르다고

하지만 증상이라 하여 그게 죄가 아니라 할 수 있을까... 

 

낸시는 그러한 이유로 랄프를 찾아간게 아닐까...

용서를 가장한 가장 치밀한 복수...

내게 낸시는... 그렇게 보였다...

 

그 안에서 낸시는 랄프의 상처를 건드린다

우연히 알게된 학대의 상처를...

상처에 소금뿌리 듯... 그렇게 들춰냈다...

소름끼치도록 아프게...

그로 인해 랄프는

아프지 않았다고... 무섭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로나에게서 자신의 고통을 보게된다...

심장이 찢기는 고통이 되살아났겠지...

하지만 그건... 로나가 그렇게 아팠겠구나가 아니다..

내가 그렇게 아팠다...일 뿐...

그의 과거의 고통이 그의 심장을 찔렀다...

 

정말 죄의식이 그를 휘감았던 걸까

아니.. 또다른 증상이었을 뿐이다...

죄책감이 아니지

겪어본 적 없는 감정으로 인해 드러난 또다른 병적 증상...

 

 

안녕? 안녕! 안녕...

무대인사에서 랄프의 웃음... 랄프의 눈빛..

격하게 박수치다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여전히...

그게 합법적이지 않단 사실이 유감스러운...

랄프였다....

 

잉그리뜨는...

수도자의 삶을 산 걸까?

인도 티벳 등지를 여행하며

해탈한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런 줄 알았다...

 

엄마... 나도 엄마 딸이잖아...

나도 모르게 심장 멎는 줄 알았다...

내내 마음속으로 되내이던 말이 나타나서...

 

그녀가 가슴 깊이 묻어둔...

그러나 차마 꺼내들지 못한 아픔...

그녀는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선택을 한 것이다... 용서...

 

 

 

 

장례식장에서 아그네샤는 물었다...

자신의 죄를 말해야 할까요... 라고

낸시의 답은...

평생 그 죄를 짊어지고 살아...

낸시엔겐 너무.. 당연한거잖아...

 

너무 쉽게 용서를 구하지 마...

너무 쉽게 용서하라고 말하지 마 제발...

용서를 구하는 건...

죄의식 때문이 아니잖아...

자신의 고통을 줄이고자

아픔에... 슬픔에 몸부림치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것 뿐이다...

 

용서하기 위해 또다시 감내해야 하는 그 고통을 헤아릴 수 있을까

피해자가 용서를 하는 이유는...

그 고통에서...

자신의 삶을 갉아먹는 그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다...

 

이 연극에서 생명력이란 말을 하더군...

이런 의도로 내뱉은 말은 아니겠지만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인거다...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은...

내가 숨쉬기 위해 택한 마지막 선택 일 뿐...

 

소설 빙점이 생각났다

다른 이야기인데... 생각난 이유가 뭘까...

단지 어린 소녀의 죽음... 그 소재 때문이었을까?

하나는... 죄의 본질에 대해 얘기하고...

하나는... 용서에 대해 얘기하고...

근데 왜 둘다 이렇게 시리도록 차가운 거지...  

 

 

Posted by neulpum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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