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을 다녀온 이후

내 삶을 온통 뒤흔든 결정을 해버렸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 인생이라며 발악하듯 그렇게...

 

배부른 투정이다

나도 안다

안정된 직장과 부족함 없는 환경과

늘 내 곁에서 힘을 주는 따뜻한 사람들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고향을 떠나왔다

 

단지... 삶이 무료하다는 이유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데..

난 그저 그 이유하나로 선택한 것이다...

 

고향을 떠나겠다는 내 결심에

날 아끼던 팀장님이 내게 전해준 한마디...

 

"누군가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움직이는 거래"

 

그 땐 그 의미를 문장으로만 이해했다

머리로만...

 

그런데 떠나온 지금

홀로 새로 시작하는 내게

저 문구가... 날카롭게 와서 박힌다

머리가 아닌 가슴에...

 

새로운 이곳에서

내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까...

날 지지해주던 저 많은 사람들이 없는 체로

오롯이... 그럴 수 있을까...

뒤늦게 두려움이 몰려든다...

 

살면서 날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사람들이었다...

난.. 그다지... 사교적이지 못하니까...

과다한 업무량보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데 소모되는 에너지가

훨씬 큰 관계로...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늘 탈진상태가 되곤 했다...

 

그래서

날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 곁에서 날 끌어안아준 사람들을 떠나오는 게

그렇게 힘들거나 아픈 일이 될거라는 고민은 하지 않았다

영영 이별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그래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며

꾸역꾸역 그 안에 발을 들여놓고 살아왔기 때문인건지

원래 인간이란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홀로 떨어져 나와 밖에서 안을 바라보니

어렴풋이...

내게 소중한 무엇인가를 함께 놓고 왔구나...

마음 한켠이 쓸쓸해진다...

 

떠나온 내 삶도 변하고...

남겨두고 온 사람들의 삶도 변하고...

나 하나의 결정이

온전히 내 몫이기만 한 건 아니라는...

 

아무것도 아닌 내가 다른 사람들의 삶에 파동을 일으켰구나...

 

지금 내 모습...

현재의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괜찮아질까...

 

하지만 마음 한구석...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쩌면 훨씬 전에 일어났어야 할 일이었는지도...

 

선택은 내가 한 것이고

그 선택을 지금 후회하는 건 아니다.

다만...

책임에 대한 두려움에 잠시 흔들릴 뿐이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어릴 때 바라봤던 지금 내 나이의 어른들은

성숙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런데 난 지금...

 

도망친 걸까...

도전한 걸까...

 

조금만 강해지자

조금만 더 단단해지자

 

살아왔던 시간만큼 살아간다면

아마 난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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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ulpum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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