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키다리아저씨 (2016.08.06. 15:00)
*일시: 2016년 8월 6일(토) 오후 3시
*장소: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CAST: 이지숙, 송원근
어릴 때 좋아하던 책 2권이 있었다
하나가 키다리아저씨... 다른 하나는 비밀의 화원 ^^
아주 어릴 때
앞집에 살던 대학생 언니가 이사를 가며
세계문학전집 수준의 어마어마한 책을 넘겨주고 갔더랬다
세로줄로 쓰여진 책 본 적 있으려나?
난... 키다리아저씨를... 그렇게 만났다 @.@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출판된 책이 아닐까 싶다 ㅡㅡ;;
그런데 키다리아저씨를 좋아한다고 하면
다들 신데렐라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내가 키다리아저씨 책을 좋아한 건 그런 이유가 아닌데...
그래서 좀 속상하다 ㅡ.ㅡ
내게 키다리아저씨는
형식이 맘에 들었던 책이었어
편지형식이라니...
내가 주디가 된 것 같은...
상대의 기분이나 상황판단은 오로지 내 몫이잖아 ^^
주디가 키다리아저씨를 상상하는 만큼
나도 키다리아저씨에 대해 상상해내곤 했다
물론 난 키다리아저씨가 제르비스라는 건 알고 있었어!
(어린시절 이 책을 처음 읽던 난... 정말 알고 있었을까???? ㅋ)
그리고
주디의 당당한 홀로서기는 더 맘에 들었었지
단순히 후원자의 도움으로 팔자 편 여자는 아니잖아 주디가 ㅡㅡ;;
(제루샤보다 주디가 입에 더 붙어... ^^;;;)
책을 읽는 내내...
그건 지금도 그렇지만
그냥 주디가 사랑스러웠을 뿐... ^^
당당하고 솔직하고 밝고 긍정적인!
주눅들었을 땐 주눅들었다고 당차게 얘기할 수 있는!!
주디가 부러웠던 것도 같다 ^^
뮤지컬 보러 갔단 얘기 적을꺼면서
무슨 서론이 또 이렇게 긴거야... ㅡㅡ;;;
암튼 그래서 이 뮤지컬을 보러 갔다!! ㅎㅎ
그 편지형식의 소설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그게 제일 궁금했는데
정말 책 내용대로 공연이 진행되더라...
정말 편지를 읽어내려가... ^^
그 편지 너머 깨알같이 연기하는 제르비스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키다리아저씨보다
훨씬 쾌활하고 예상외로 허당(?) 느낌이라서
멋진데 웃겼다 ㅋㅋㅋㅋ
좋다... 이 공연...
제르비스와 주디는 공연의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한무대(?)에서 서로를 마주본다 ㅎㅎㅎ
1인극 아닌데 1인극 같은 이 기분은 뭐지...ㅋㅋㅋ
1인극인데 1인극 아닌 것 처럼 깨알연기 하고 있어서
더 묘미가 있었던 것도 같고??? ㅎㅎㅎㅎㅎㅎ
벽면에 편지 일자가 영상으로 나타날 때
문득 책 속에 있는 삽화도 저 벽면에 나타났으면 싶더라
특히 주디가 제르비스의 외모를 상상하는 장면에선 더!!! ^^
아저씨는 대머리인가요? 백발인가요? 뭐 요런 장면? ㅋㅋㅋ
난 키다리아저씨에서 주디의 삽화도 좋아하거든 ^^;;;;
공연을 보고 나온 소감은
참 순~~~한 뮤지컬이다 ^^
선~한 그런 느낌하고는 또 다른...
그러니까...
매운맛 순한맛 할때 순한맛 그런거? ㅋㅋㅋ
그래서 특별히 어떤 넘버가 기억되거나 하진 않는다
막 쩌렁쩌렁 여기 하이라이트 절정
우아아아아~ㄱ 우워워워워우어~
하는 곡이 없었거든
부담없이 그냥 편안~~~한 분위기 ^^
로맨틱코미디 뭐 이런걸 안좋아 하거나
우장창 쨍 우당당 쾅 막 이런 스펙타클을 원하는 경우
이 뮤지컬은 정말 지루할 수도 있을 듯 싶다
이 사실을 알게된 이유는
내 뒷자리에 앉아있던 가족들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ㅋㅋ
인터미션 내내 어찌나 지루해하며 힘들어 하시던지... ^^;;;;
그럼에도 내겐
아무 고민없이 따뜻해져서 공연장을 나설 수 있는 극이었어 ㅎㅎ
여신님이 보고계셔 때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그 공연은 시대적 아픔 상처 이런거라도 있었는데
이 뮤지컬은 그마저도 없다 ㅎㅎㅎ
이건 그냥 가볍고 밝은 순둥순둥... ^^;;;
물론 고아원에서 자란 주디의 상처가 있긴 하지만
주디 말대로
존그리어 고아원은 '제인에어'의 고아원과는 달랐으니까...
주디의 긍정적인 기운이 그 모든 걸 덮어버렸다 ^^
키다리아저씨 역은 책을 통해 상상했던 것보다
체격이 좋고 잘 생겼다 ㅎㅎ
주디가 그렸던 삽화처럼
정말 팔다리가 길고 가는
정~말 마른 느낌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건장한 청년일세 ㅋㅋㅋ
송원근 배우는
최근에 즐겨보는 '신의목소리'에서 봤는데
노래는 믿고 들을 수 있겠다 싶어서 예매한건데
참 잘 선택한 것 같아 ㅋㅋㅋㅋ
넘 멋진 키다리아저씨인데?
신데렐라 꿈꾸고 싶게 만드는데??? ㅎㅎㅎ
그치만
제르비스로 주디 앞에 첫 등장할 때 그 모자는... 쫌...
뭔가 특이한 이유로 눈에 확 띄네 그 모자... ^^;;;;
원작에 모자가 그렇게 묘사되었나 싶어서
책을 다시 읽었잖아 내가 ㅡㅡ;;;
왜 그 모자를 집어쓴거야.... ㅋ
참! 어느 장면인지 기억이 안나는데
키다리아저씨 솔로 넘버에서
불현듯 강필석 배우 목소리가 들렸다 @.@
그냥 그 장면에서 유독 음색이? 발성이?
암튼 뭔가 느낌이 비슷했다.
뭔가 특유의 애절함? 간절함?
뭐라고 표현해야 하는거야...
암튼 그랬어... ㅋ (나 뭐래니 지금... ㅋ)
주디는 상상 속 딱 그 모습이었어
상상보다 귀여운게 문제(?)인가??
단조로운 고아원의 일상에서도
절대 '상상력'을 놓지 않았던 당찬 소녀에서
솔직하고 당당하고 야무진 숙녀가 되었다구!!
그나저나
원장님이 부르신다는 꼬마아이의 목소리부터
까랑까랑한 원장님 목소리까지
이지숙 배우 넘 잘하는 거 아닌가?
심지어 순식간에 울었다 웃었다 혼자 다~한다 ㅋ
방금 전까지 그렇게 신나하다가
다음 편지에선 어떻게 그렇게 금방 눈물이 그렁그렁한지
대단해 진짜 대단해 ㅎㅎㅎ
책에 있던 모든 에피소드를 다 담진 않았지만
그래도 주디가 성장하는 모습은 보이더라
물론 제르비스만 보고 있으면
이건 빼도박도 못할 그냥 로맨틱코미디인데
그래도 주디에 집중하고 있으면
발전하는 주디가 보이긴 보여.... ^^;;;;;;
결론은
키다리아저씨 역이 이 뮤지컬의 씬스틸러인 걸로 ㅋ
(키다리아저씨 솔로 넘버도 있고... 막...
그리고 조연도 아닌데...
암튼 보고 나면 뭔 말인지 알꺼야 ^^;;)
그냥 아~~무 생각도 없고 싶을 때
복잡하고 신경쓰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
들리는 모든 소리가 소란스럽게 느껴질 때
그런 때 찾으면 좋을 것 같아 ^^
ps. 이 글을 쓰다가 알았다
내가 라흐마니노프를 힘들어한 이유를...
내 마음 상태가 격정적인 무언가를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었구나...